선정릉
선정릉(Seonjeongneung)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빌딩 숲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2009년 등재)이자, 조선 왕조의 왕과 왕비 세 분이 잠들어 있는 신성한 왕릉군(群)입니다. 조선 제9대 왕 성종과 그의 계비 정현왕후의 능인 선릉(宣陵), 그리고 제11대 왕 중종의 능인 정릉(靖陵)을 합쳐 부르는 이름입니다. 도심의 번잡함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500년 넘게 엄격히 보존되어 온 조선 왕실 문화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특별한 역사 유적지입니다.
조선 왕릉 건축미와 유교적 세계관의 정수
선정릉은 유교적 세계관과 풍수지리 사상을 바탕으로 조성된 조선 왕릉의 정제된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능역(陵域)은 크게 속세의 공간(재실, 연못), 제향 공간(홍살문, 정자각, 비각), 그리고 성역 공간(능침)의 3단계로 구분되어 왕릉 조영의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선릉은 성종과 정현왕후의 봉분이 각기 다른 언덕에 조성된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 형태로, 조선의 문물과 제도를 완성한 성종의 능침 주변에는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병풍석과 난간석이 둘러져 있어 엄숙하고 화려한 조선 초기 왕릉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왕릉을 수호하는 문석인, 무석인, 석마, 석호, 석양 등의 석물들은 시대별 사상과 예술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조선 왕조의 역사와 예술적 감각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입니다.
도심 속 ‘그린 오아시스’이자 사계절 휴식처
선정릉은 서울 강남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녹지 공간과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보존되어 있어 시민들에게 고요한 휴식처를 제공합니다. 왕릉을 따라 이어지는 잔잔한 산책로는 ‘도심 속 오아시스’ 역할을 하며, 특히 봄에는 신록과 벚꽃,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능원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국 전통 경관의 정취를 더합니다.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도 역사의 깊이와 자연의 평온함을 동시에 경험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의 숨은 명소로 손꼽힙니다. 선정릉은 과거와 현재, 역사와 생태가 공존하며 현대인에게 위로와 평온을 선사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