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천년 고찰의 품격과 현대 도시의 에너지가 만나는 곳, 봉은사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와 초고층 빌딩들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봉은사는 신라 시대인 794년(원성왕 10년) 연회국사(緣會國師)가 창건한 천년 고찰입니다. 본래 ‘견성사(見性寺)’라는 이름으로 선릉(宣陵) 근처에 세워졌으나, 조선 시대로 넘어오면서 성종의 능침사찰(陵寢寺刹, 왕릉을 지키는 절)이 되면서 ‘은혜를 받든다’는 뜻의 봉은사(奉恩寺)로 사액(賜額)되었습니다. 특히 문정왕후의 강력한 비호 아래 선종(禪宗)의 수사찰(首寺刹)로 지정되어 번성했으며, 승려를 선발하는 승과(僧科) 시험장으로 기능하며 조선 불교 중흥의 중심 도량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중종의 정릉(靖陵)이 현재의 봉은사 자리로 옮겨지면서 절 또한 수도산(修道山) 기슭인 현 위치로 이건(移建)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봉은사는 숭유억불(崇儒抑佛)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조선 불교의 명맥을 잇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단순히 종교 시설을 넘어 한국 전통 건축과 예술의 보고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경내에는 장엄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대웅전, 섬세한 단청과 뛰어난 건축미가 돋보이는 법왕루 등의 주요 전각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판전(版殿)의 현판 글씨는 조선 후기 문예 부흥기의 거장인 추사(秋史) 김정희의 만년(晩年) 최후의 명작으로 꼽히며, 봉은사의 역사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이처럼 봉은사는 시대를 초월하여 당대 최고의 인물들과 교류하며 문화적 가치를 축적해온 사찰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상징물은 1996년에 조성된 거대한 미륵대불(彌勒大佛)입니다. 높이가 23m에 달하는 이 대불은 강남의 현대적인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어, 전통과 현대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는 봉은사만의 독특한 풍경을 완성합니다. 이 미륵대불 앞에서 바라보는 서울 도심의 전경은 봉은사가 왜 ‘도심 속의 고찰’로 불리는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또한, 봉은사는 강남 한복판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면서도,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듯 고즈넉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시민들에게 숨겨진 힐링 공간을 제공합니다.
봉은사는 현재까지도 수행 중심의 사찰 운영을 이어가며 현대인들의 심신을 치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찰의 일상생활을 체험하고 불교 문화와 정신을 배우는 템플스테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와 선(禪) 사상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1박 2일의 휴식형 프로그램부터, 참선 집중 수행을 하는 ‘상월선원 템플스테이’, 그리고 외국인을 위한 ‘목요 템플라이프(사찰 투어, 다도, 금니사경 등 당일 체험)’까지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 같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이처럼 봉은사는 천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 도시의 복잡함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한국 불교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역사 명소입니다.
